주니어RHK 그림책 심심해 서평. 초등 저학년 아이와 함께 읽으며 공감했던 실제 반응과 변화, 스마트폰 대신 상상력을 키워주는 감정 그림책 추천 후기.
#주니어RHK

“엄마 심심해”라는
말을 다르게 보게 된 그림책
아이를 키우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듣게 되는 말이 있죠.
바로 “심심해.”예요.
그런데 요즘 아이들의 심심함은 예전과는 조금 다른 느낌인 것 같아요. 정말 할 게 없어서라기보다, 스마트폰이나 영상처럼 강한 자극이 잠시 멈췄을 때 느끼는 공허함에 가까운 경우가 많더라고요.
저희 아이도 그래요.
책을 읽다가도 금방 다른 걸 찾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도 심심하다고 말해요. 그래서 저는 늘 뭔가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심심하다고 하면 놀이를 찾고, 책을 꺼내고, 시간을 채워주려고 했죠.
그런데 이번에 읽은 :: 심심해 ::는 그 익숙한 말을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든 그림책이었습니다.
주니어RHK에서 출간된 이 책은 프레미오 안데르센상 수상 작가 펠리치타 살라의 최신작인데요. 단순히 재미있는 그림책이 아니라, 아이들의 ‘심심함’이라는 감정을 아주 깊고 유쾌하게 들여다보는 작품이었어요.
현실 아이 같은 주인공 리타의 모습
책을 펼치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주인공 리타의 표정과 몸짓이었어요.
소파에 축 늘어진 모습, 힘없이 하품하는 얼굴, 발을 쿵쿵 구르는 장면까지 정말 현실 아이 같더라고요. 아이도 보자마자 웃으면서 말했어요.
“엄마 나도 이럴 때 있잖아.”
그 말을 듣는데 괜히 웃음이 났어요.
생각해 보면 아이들은 심심할 때 온몸으로 표현하잖아요. 괜히 누워 있고, 몸을 흔들고, 엄마 주변을 맴돌고요.
작가는 그런 모습을 굉장히 사랑스럽고 유쾌하게 담아냈어요. 특히 수채화 느낌의 부드러운 그림체 덕분에 리타의 감정이 더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아이도 그림을 정말 오래 들여다봤어요.
특히 리타가 멍하게 누워 있는 장면에서는 한참 웃더니
“얘 눈이 진짜 아무 생각 없는 눈이야.”
라고 하더라고요.
그림만으로도 아이 감정을 자연스럽게 읽게 만드는 힘이 있는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심함이 상상력으로 이어지는 순간
리타는 책을 읽어도 심심하고, 그림을 그려도 심심하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도 심심해요. 가족들도 바빠 보이고 아무도 자기 심심함에 크게 반응해주지 않죠.
그러다 리타는 멍하니 누워 상상을 시작합니다.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심심한 사람들이 있을까?”
“심심한 사람들이 다 같이 버스를 타면 어떨까?”
“심심함이 몸속에 가득 차면 풍선처럼 떠오르는 걸까?”
바로 여기서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져요.
저희 아이는 이 장면에서 책장을 넘기다 멈추고 저를 보더라고요.
“엄마 진짜 심심한 사람들 버스 있으면 누가 탈까?”
그 질문이 참 인상 깊었어요.
책이 단순히 읽고 끝나는 게 아니라 아이 안에 있던 상상을 자연스럽게 끌어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 뒤로 아이는 자기 이야기를 계속 덧붙였어요.
“나는 심심하면 우주 생각할 것 같아.”
“누군가는 심심해서 갑자기 발명품 만들 수도 있겠다.”
“심심하면 이상한 생각 많이 나잖아.”
평소 책 읽고 이렇게 길게 이야기하는 편은 아닌데, :: 심심해 ::는 아이가 먼저 말이 많아지는 그림책이었어요.
스마트폰 시대에 더 필요한 감정 그림책
읽으면서 가장 크게 공감했던 부분은 이 책이 심심함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이었어요.
보통 부모들은 아이가 심심하다고 하면 빨리 해결해주려고 하잖아요. 영상 보여주고, 놀이를 찾고, 시간을 채워주려고 해요.
그런데 :: 심심해 ::는 오히려 그 멈춰 있는 시간을 굉장히 소중하게 이야기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멍하니 있는 시간.
혼자 생각하는 시간.
그 시간 속에서 아이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자란다고 말해주는 느낌이었어요.
요즘처럼 스마트폰과 영상 콘텐츠가 넘치는 시대에는 더 필요한 메시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책을 읽고 난 뒤 아이 모습도 조금 달라졌어요.
평소 같으면 심심하다고 바로 영상을 찾았을 시간인데, 혼자 종이와 색연필을 꺼내 뭔가를 만들기 시작하더라고요.
“나도 심심한 사람들 버스 그릴 거야.”
그러면서 한참 그림을 그리고 혼자 이야기를 만들며 놀았어요.
책 한 권으로 아이가 갑자기 변한다고 말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적어도 아이가 심심한 시간을 예전처럼 불편하게만 느끼지는 않는 것 같았어요.
세계 곳곳으로 확장되는 상상력
이 책이 특별했던 또 하나의 이유는 상상의 범위가 굉장히 넓다는 점이에요.
리타의 상상은 집 안에만 머물지 않아요. 피렌체, 시드니, 브라질, 뭄바이, 카이로, 일본 등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피렌체의 아주머니는 나뭇가지로 성을 만들고, 시드니의 할머니들은 밴드를 결성하고, 브라질의 쌍둥이는 시간 여행 같은 상상을 하죠.
아이가 특히 좋아했던 건 고래와 대화하는 장면이었어요.
“엄마 하품으로 고래랑 이야기한대!”
하면서 한참 웃더라고요.
이런 장면들은 단순히 재미있는 설정으로 끝나지 않아요. 아이 머릿속 세계를 훨씬 넓게 열어주는 느낌이 있었어요.
책을 읽고 난 뒤 아이가 갑자기 세계 지도책을 가져와서
“피렌체는 어디야?”
“브라질은 진짜 이렇게 멀어?”
하며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그림책 한 권이 자연스럽게 세계 문화와 상상, 질문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참 좋았습니다.

아이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낸 그림책
펠리치타 살라의 그림은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몸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장면, 흐느적거리는 자세, 멍한 눈빛 같은 표현들이 굉장히 독창적이면서도 현실감 있게 느껴졌거든요.
특히 심심함이라는 감정을 이렇게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어요.
아이도 그림 하나하나를 오래 들여다보면서 웃기도 하고 따라 하기도 했어요. 글보다 그림을 먼저 읽는 아이들에게는 특히 더 매력적으로 다가갈 것 같았습니다.
무엇보다 책 전체 분위기가 굉장히 따뜻해요.
억지 교훈처럼 느껴지지 않고, 아이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이해해주는 느낌이 들어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부모도 함께 생각하게 되는 그림책
저는 이 책을 읽고 아이뿐 아니라 부모도 함께 읽으면 좋은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의 심심함을 너무 빨리 해결해주려고 했던 건 아닐까.
조금은 지루하고 멍한 시간도 필요했던 건 아닐까.
그 시간을 견디면서 아이 안에서 새로운 생각이 자라나는 건데, 어른인 제가 오히려 너무 조급했던 건 아닌가 싶더라고요.
:: 심심해 ::는 단순한 초등 그림책 추천을 넘어, 스마트폰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감정 그림책 같았어요.
읽고 나면 아이와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지고, 부모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책입니다.
특히 초등 저학년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 스스로 상상하고 질문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그림책이거든요.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 스마트폰 없이 시간을 보내기 어려워하는 아이
*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워주는 초등 그림책을 찾는 부모
* 감정 표현이 서툰 아이와 함께 읽을 그림책이 필요한 분
* 초등 저학년 추천도서를 찾는 학부모
* 책 읽고 아이와 자연스럽게 대화 나누고 싶은 분
* 오래 기억에 남는 감정 그림책을 찾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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