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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도서

노년의 삶을 따뜻하게 담은 시집 추천 가까이 있어서 고맙다 문학세계사 짧은 시 공모전 수상작 서평

by 책러버겔주부 2026.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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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마지막이 아니라,
더 깊어지는 언어로 읽히는 시집


:: 가까이 있어서 고맙다 :: 를 처음 펼쳤을 때 느낀 건 “조용하다”는 인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조용함은 금방 익숙해지지 않았어요. 오히려 읽을수록 더 또렷하게 들리는 종류의 조용함이었습니다. 큰 사건이나 극적인 이야기 없이도, 한 사람의 삶 전체가 문장 사이사이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시집은 제3회 “어르신의 재치와 유머” 짧은 시 공모전 수상작 87편을 엮은 작품집입니다. 1만 1천여 편의 응모작 가운데 엄선된 결과라는 점만으로도 이미 무게가 느껴지지만, 실제로 읽어보면 숫자보다 더 큰 밀도가 있습니다. 만 65세부터 103세까지, 전국과 해외 각지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남긴 시라는 사실은 이 책을 단순한 문학 작품집이 아니라 ‘세대의 기록’처럼 느끼게 합니다.

읽는 내내 계속 머릿속에 남았던 질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렇게 짧은 문장으로 한 사람의 인생이 정말 담길 수 있을까?”였어요. 그런데 몇 편을 지나면서 그 질문은 자연스럽게 바뀌었습니다. “긴 설명이 아니라 짧은 문장이기에 더 진짜일 수 있구나”라는 쪽으로요.



일상 속에서 발견되는 삶의 역전과 감정의 깊이


이 시집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거창한 주제가 아니라 아주 평범한 장면들입니다. 예를 들어 딸의 휴대폰 속 반려견 사진과 자신의 휴대폰 속 딸 사진이 바뀌어 있는 시를 읽을 때, 처음에는 웃음이 먼저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 웃음이 오래 가지 않았어요. 어느 순간 “사랑하는 대상이 바뀌어 가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잠시 멈춰 서게 되었습니다.

또 카드 비밀번호를 자꾸 잊어버리고, 종이에 적어두고도 그 종이를 다시 잃어버린다는 시에서는 묘한 공감이 올라왔습니다. 단순한 기억력의 문제가 아니라, 삶이 점점 ‘확실함’ 대신 ‘흐릿함’으로 이동하는 순간을 아주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었거든요. 그 시의 마지막 문장 “요즘은 내가 제일 비밀스럽다”는 표현은 오래 남았습니다. 자신을 설명할 수 없게 되는 상태를 이렇게 조용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어요.

영상통화 시도 장면에서는 상황 자체보다 감정의 간극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전화니까 그렇지”라는 말 한마디에 담긴 세대의 거리감과 이해의 어긋남이 동시에 보였고, 그 어긋남이 결코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변화라는 점이 오히려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읽는 동안 실제로 부모님과의 대화 장면이 몇 번이나 겹쳐 떠올랐습니다.

약국 앞에서 친구를 만나는 시에서는 또 다른 감정이 들어왔습니다. 젊을 때는 술집에서 만나던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 약국 앞에서 만난다는 장면은 웃음과 쓸쓸함이 동시에 있는 문장이었습니다. 그런데 “반갑기는 마찬가지다”라는 마지막 한 줄이 그 모든 감정을 정리하지 않고 그대로 둔 채 받아들이는 느낌이라서 더 좋았습니다.









언어가 단순해질수록 삶은 더 선명해진다


이 시집을 읽으며 계속 떠올랐던 생각은 “언어가 줄어든다는 건 결핍이 아니라 농축일 수도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문장이 짧아지고 표현이 단순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남는 것만 남게 되는 과정처럼 느껴졌습니다.

예를 들어 “나이 드니 명사는 어디 가고 지시 대명사만 날아다닌다”라는 시는 단 몇 줄이지만, 언어의 변화와 기억의 구조까지 함께 보여줍니다. 이건 단순한 유머가 아니라 삶의 방식이 바뀌는 순간을 정확하게 포착한 문장이었습니다.

또 고무줄 바지를 입는다는 시에서는 웃음이 나면서도 동시에 한 사람의 생애가 압축되어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젊을 때는 멋과 표현이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편안함’이 삶의 기준이 되는 변화. 그 변화가 전혀 부끄럽지 않게, 오히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태도가 인상 깊었습니다.

이 책의 시들은 대부분 짧습니다. 그런데 짧다는 느낌이 부족함이 아니라 여백으로 작용합니다. 그 여백 안에서 독자가 자신의 가족을 떠올리게 되고,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게 됩니다. 그래서 단순한 독서가 아니라 개인적인 기억을 불러오는 경험처럼 느껴졌습니다.



웃음과 울음 사이에서 발견되는 ‘고마움’의 정서


이 시집의 핵심 감정은 결국 “고마움”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손주, 가족, 함께 지나온 사람들, 그리고 지금 살아 있는 자신까지. 모든 것이 감사의 언어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표제작 「가까이 있어서 고맙다」를 읽을 때는 특히 그 감정이 선명했습니다. 멀어지는 것들 사이에서 오히려 가까이 있는 존재의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오는 구조였어요. 사라지는 것들을 붙잡기보다, 남아 있는 것을 바라보는 태도라고 해야 할까요.

읽다 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부드러워집니다. 거창한 위로나 교훈이 아니라, “그냥 지금 곁에 있는 사람 잘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올라옵니다. 이런 변화가 이 책의 가장 큰 힘이라고 느꼈습니다.








읽고 난 뒤 남는 감정: 조용한 회복


이 시집은 강한 메시지를 던지지 않습니다. 대신 천천히 마음의 속도를 낮춰줍니다. 읽는 동안 급하게 넘기고 싶지 않았고, 어떤 시는 두 번, 세 번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짧은 문장인데도 다시 읽을수록 다른 의미가 보였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책은 노년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삶 전체를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젊음과 노년을 구분하는 대신, 모든 시기가 결국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합니다.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 부모님이나 조부모 세대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은 분
* 감정적으로 과하지 않지만 오래 남는 시집을 찾는 분
* 짧은 글 속에서 깊은 울림을 느끼고 싶은 분
* 일상 속 관계를 다시 바라보고 싶은 분
* 힐링되는 책, 감정 정리가 되는 책을 찾는 분



마무리


:: 가까이 있어서 고맙다 :: 는 읽는 순간보다, 읽고 난 이후가 더 오래 남는 시집입니다. 책을 덮고 나서도 문장 몇 개가 계속 떠오르고, 일상의 장면들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 진짜 같은 이야기들. 이 시집은 그런 이야기들로 가득합니다.







제 3회 어르신의 재치와 유머 짧은 시 공모전 수상 작품집 :: 가까이 있어서 고맙다 :: 문학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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